타이베이 고기죽 아니고 삼계탕 숭늉 소고기무국 [스푸파2 백종원 고기죽 예자러우저우] 타이베이 2박 3일 빡센 먹부림 투어 4부
타이베이 이틑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는데도 위와 장이 아직도 꿈적거리지 않는걸 보니,
어제 무지성으로 먹은 대만 음식들이 소화가 덜 된 느낌인 모양이다.
하지만 언제나 늘 그랬듯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어제 저녁 혹시나 해서 편의점에 들러 사온 캔 콜라 뚜껑을 따고,
비상약으로 챙겨온 "과식/체함"이라고 한글로 적힌 캡슐형 소화제를 구강에 투입한다.
꿀꺽,
꼬르륵.
대만이라서 그런지 왠지 콜라도 흑당 맛이 나는 것 같다.
강력한 탄산이 식도 벽을 긁으며 위장으로 돌진한다.
알약을 감싼 투명한 얇은 캡슐은 어느새 녹아버렸는지 입에서 쓴맛이 느껴진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먹부림을 하는 날.
아침 8시,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지만 일단 옆방에 있는 형님에게 연락해 보기로 한다.
원래는 9시에 나가기로 했는데 호텔이 갑갑해서 심심하시단다.
이해한다.
형님과 나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인지 아침형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콜라를 마셔서 그런지 배가 살짝 고프기도 하고,
계획에 없던 근처 조식점에 들리기로 한다.
가볍게 산책나온 기분으로 발걸음을 돌리다 보니,
무척이나 평범한 대만 조식점 앞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현지인 답게 호텔을 나선지라 사진도 영상도 찍지 않았다.
기름 잘 둘러진 은색 철판 위로 흰계란을 깨는 주방장님.
계란이 익을 때 쯤 얇은 전병을 손바닥에서 펼친뒤,
날렵한 손길로 전병을 계란 위로 덮은 뒤 철판 헤라로 합쳐진 전병을 다시 뒤집는다.
추가로 주문한 대만 햄을 다시 전병에 얹어주고 말아서 먹기 좋게 잘라서 내놓는 음식,
대만 조식의 클래식 결정판인 단빙(蛋餅)이다.
전분이 들어간 듯 한 그레이비 소스 모양이 나는 단맛 간장과,
발효가 된 것인지 살짝 시큼한 맑은 고추기름 소스를 찍어 먹는다.
전병의 기름과 밀가루에서 나오는 고소함과,
간장 고추기름의 자극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단짠 조합,
간단한 계란전병에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 저렴한 가격에서 더 이상의 맛있음은 없으리라.
가격은 1,000원~2,000원.
대만에 가시면 꼭 드셔보시라.
가게마다 소스와 반죽의 차이가 있으니 본인에 맞는 가게를 찾는 것도 재미다.
이 외에도 콩국, 홍차, 밀크티, 무떡, 철판볶음면, 토스트, 햄버거도 먹었는데 이렇게 적다가 끝도 없겠다 싶어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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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자러우저우(葉家肉粥)]
사실 오늘 아침에는 스푸파2에 나온 고기죽을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카메라도 못 챙기고 나가서 휴대폰으로 찍었으니 양해바랍니다
그래서 조식점은 그냥 글로 때웠는데 ㅎㅎㅎ...
여튼 지난번에 여기 혼자와서 먹고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고 했거든요,
그때 못먹었던 오징어튀김이 궁금하기도 했고,
맛이 또 뭐랄까,
나중에 다시 생각나는 그 맛?
바로 예자러우저우(葉家肉粥)입니다!
대만 로컬 음식점 주위에는 이렇게 사당이 많은 모습,
하루이틀 일이 아닌겁니다.
유튜브에도 올렸지만 사당 주위로 맛집이 생겨나는 이유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시장과 먹을 것을 파는 노점이 자연스레 생기고,
이게 발전이 되면 야시장이 되는 셈입니다.
저희는 늘 그랬듯 당시 백종원 사장님이 앉았던 곳에서 음식을 주문하기로 합니다.
우선 테이블이 조금 특이한데,
수직으로 일렬로만 앉을 수 있는데요,
이게 무슨말이냐면,
가게마다 일직선으로 자리를 만들어놔서 앉을 때 테이블위에 가게 이름을 잘 봐야합니다.
여기는 葉家肉粥가 맞습니다.
주문 방법은 우선 자리에 앉고나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받을 때 요금을 지불하시면 됩니다.
단가: NT$ 30(약 1,300원)
저희는 당연히 고기죽과,
단가: 각 NT$ 70(약 3,000원)
홍사오러우(紅燒肉, 삼겹살튀김)과 오징어튀김(花枝炸)를 시켰습니다.
우선 고기죽부터 시식 있겠습니다.
고기 건더기가 몇점이 보이는데 1,300원 치고는 많이 줍니다.
맛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형님이 딱 먼저 한 말이
삼계탕인데?
삼계탕, 숭늉, 소고기무국 등 의견이었습니다.
적당한 짭쪼름 함,
아주 은은하게 아니 거의 없다시피 한 고기향,
소고기무국에 시원한 숭늉과 삼계탕의 담백함.
참 희한한 하고 또 생각나는 맛이 되겠습니다.
이제 삼겹살튀김과 오징어튀김을 먹을 차례,
맛을 음미 중인 형수님.
삼겹살튀김은 도대체 어떻게 튀겼는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기 잡내는 전혀나지 않고 비계와 살코기가 적당하게 섞여져 식감도 좋습니다.
소스는 과하지 않은 발효된 홍국(紅槽)쌀을 베이스로 했는데,
아주 옅은 캐찹? 밋밋한 탕수육 소스? 맹탕 굴소스?
찍어먹어도 안 찍어먹어도 되는,
그렇다고 찍어 먹어도 그렇게 맛이 강하지 않는 독특한 녀석입니다.
뭐 주니까 찍어먹습니다.
오징어튀김은 그냥 오징어가 아닙니다.
갑오징어에 가까운데요,
아주 찰지고 뽀득뽀득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든든하게 맛있게 먹는데 9,900원 들었습니다.
3명이서 말이죠.
아침에 로컬 조식점에서 배터지게 먹고,
또 백종원 사장님이 추천한 고기죽을 먹고,
어제와는 달리 자신감은 어디가고 이제는 더이상 못 먹겠다는 형님,
시원한 아메리카노 먹으면 속이 뻥 뚤릴거라는 저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듣고 다시 나섭니다.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이 운영하는 커피숍으로!
5부에서 뵙겠습니다!
그럼 또 보죠!